사무직, 만만한 봉입니까? [독산바지락 21]/1


사무직, 만만한 봉입니까?


봉대리,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나이 35세. 아직 미혼. 중소업체인 00프레시전에 다니는 봉0희 대리.

처음에 입사했을 땐 열심히 일 배우고 근무하면 급여도 오르고 승진도 할 줄 알았습니다. 잔업특근 빼먹지 않고 정말 인생을 바친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느낀 건데 연봉협상 때만 되면 회사가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뭐 회사가 어렵지 않다고 할 때가 있었나요. 그래도 언젠간 보상이 될 거라고 믿었더랬죠.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래서 아직 미혼이네요.


잔소리... 잔소리... 잔소리...

출근한 봉대리. 기다리는 건 전무님의 잔소리입니다. 어제 왜 모니터를 끄지 않고 퇴근했냐, 주머니에 손 넣고 다니지 마라, 나갈 때 화장실 불 꺼라. 심지어 손가락으로 창틀의 먼지검사까지 합니다. 회사에 일하러 나오는 건지, 잔소리를 들으러 나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회사 앞 편의점 가는 것도 CCTV로 보고 잔소리입니다. 정말 짜증입니다.


현장 지원? 현장 혼란!

최근 물량이 없다면서 갑자기 현장 지원을 가랍니다. 바쁠 때 쓰고 안 바쁘면 쉽게 해고할 수 있는 비정규직 사용이 어려워졌나 봅니다. 비정규직 일하던 공정에 투입된 것입니다. 만만한 게 사무직인거죠.

일이 서툴기 짝이 없습니다. 불량은 계속 나오고, 난생 처음 일 못한다는 자괴감이 느껴집니다. 다음 공정에서 일하시는 현장직 분들한테 미안해서 눈치가 보입니다. 현장에서는 사람은 수시로 바뀌고 불량은 계속 나오고 뒤치다꺼리는 현장직 몫이라고 볼 멘 소리입니다.

같은 부서에서 일하던 박0광대리가 짜증을 냅니다. 김대리가 현장지원을 가면서 하는 일이 두 배로 늘었기 때문입니다. 업무는 늘어나고 퇴근 시간도 늘어지고, 잔소리에 욕먹는 것도 늘어나는데 급여만 제자리걸음이라네요.


봉대리도 자존심은 있습니다.

대단한 월급도 엄청난 대우도 못 받지만, 지금껏 스스로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해왔습니다. 혹여나 피해주지 않을까 일할 때한 번 더 살피고, 직장에서 인정받으려 고생도 마다치 않았습니다. 회사가 어렵다는 말에 한두 번쯤 꾹 참고 지원나가지만 내 일이, 내 노력이, 내 존재가 무시당하고 가볍게 여기는 것 같아 자존감이 뭉개집니다.

02-867-2260

이렇게 계속 일해도 되는 건지 전화 한 번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