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사, 그것이 알고 싶다 [2017.8]/3


과로사, 그것이 알고 싶다


최민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직업환경의학전문의


게임을 개발하던 28세 청년노동자가 갑자기 사망했습니다. 토요일 근무를 마치고 친구들과 술 한 잔 하고 들어와, 다시 일요일 출근 준비를 하다 집에서 쓰러져 명을 달리하고 말았습니다. 게임 개발 도중 중간 테스트 기간으로 최근 어떤 주는 일주일에 95시간, 어떤 주는 83시간 일하던 중이었습니다.

60대 버스 운전기사가 운전 도중 갑자기 숨졌습니다. 사이드브레이크 덕에 다행히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정년 퇴직 후 재취업해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이 운전기사는 차고지까지 오가고 차량을 정리하는 시간까지 합치면 하루 18시간이 넘게 일하는 격일제 근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과로로 발생한 사망을 과로사라고 합니다. 과로사의 원인으로 가장 대표적인 것은 만성적인 장시간 노동입니다. 그 외에도 급격한 업무 부담의 증가, 업무상 충격적인 사건의 경험 등도 과로사의 중요한 원인이 됩니다.
이런 업무 부담은 수면을 교란시키고,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늘리고, 교감신경을 항진시켜 신체적· 생리적 스트레스를 유발합니다. 여기에 업무 회복이 늦어지고, 업무-생활 균형이 무너지는 등 정신사회적 스트레스까지 동반하게 됩니다. 이런 스트레스들은 상호작용을 통해 동맥경화, 대사증후군, 당뇨와 같은 질환을 유발하고  심근경색, 뇌졸중 등 뇌심혈관질환으로 사망에까지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하루 한 명, 과로사

매년 300 여명이 이런 과로사로 산재 승인 받고 있습니다. 이 숫자는 산업재해를 신청하고, 승인된 사례만 포함한 것이므로 실제 과로사의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입니다.
한국 사회는 과로를 부추기는 사회입니다. 얼마 전 발생한 버스 기사 졸음 운전 사고로 널리 알려진 것처럼 하루 노동시간에 제한이 없는 노동자가 전체 40%가 넘습니다. 대부분의 서비스업, 운수업, 사회복지업, 의료업 등이 해당됩니다. 이 업종 노동자들은 제도상으로는 하루 24시간도 일할 수 있습니다.
이런 업종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주당 노동시간 52시간 제한을 무시로 어기고 불법적 장시간 노동을 시키거나, 연장· 휴일· 야간 수당을 주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얼마 전 고용노동부가 83개 IT 업체를 조사했을 때 95%가 노동법을 위반하고 있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임금 체불과 노동시간 위반입니다.

운동하면 해결되나요?

피로는 간 때문이 아닙니다. 당신이 하는 과로, 장시간 노동 때문입니다. 과로사는 우연히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노동시간 제한에 특례를 주고, 포괄임금제와 같은 방식으로 시간을 훔치고, 제시간에 퇴근하는데도 상사가 남아 있으면 눈치를 봐야 하는 제도와 규칙이 만들어낸 사회적 현상입니다. 각자 금연, 금주하고 운동하는 것으로 해결될 수가 없습니다. 과로사 없는 사회, 8시간 일하고도 생활임금 받을 때 가능합니다.